중국 김치(파오차이,泡菜) 세계 표준 등록? 김치종주국 논란

김은영 기자 / 2020-11-30 09:46:48

중국이 자국의 김치 격인 파오차이의 제조법을 국제표준으로 등록했다고 중국 관영매체가 일제히 보도했다. 사실상, 파오차이는 중국의 전통식품인 절임 채소로 김치와는 다른 식품이지만 중국 매체는 마치 중국이 김치 국제표준을 제정한 것처럼 전하면서 ‘김치 깎아내리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 파오차이는 소금에 절인 채소를 바로 발효하거나, 끓인 뒤 발효하는 쓰촨의 염장(鹽藏)채소로, 김치보다는 피클에 가깝다. 중국인들은 김치를 ‘한국 파오차이’라고 부른다. 한국이 김치를 중국에 수출할 때 한국 김치에 해당하는 별도 기준이 없어 파오차이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10년 이상 전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김치가 파오차이의 모방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번에도 파오차이를 국제표준으로 등록해놓고 한국 김치까지 포함되는 것처럼 대외 홍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ISO 홈페이지에는 ‘ISO 24220 파오차이(소금으로 절여 발효시킨 채소)-규범과 시험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돼 있다. 환추시보는 중국 시장의 관리감독 전문 매체인 중국시장감관보를 인용해 중국이 국제표준화기구(ISO)에 파오차이 산업의 6개 식품 국제 표준을 제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파오차이 ISO 등록을 계기로 “중국의 파오차이 산업은 이번 인가로 국제 파오차이 시장에서 기준이 됐다”면서 “사실 한국이 ‘파오차이 종주국’이라는 주장은 이미 유명무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가지 주목할 건 ‘파오차이 종주국’을 자부하는 한국의 전문가가 표준 제정에 참여하지 않은 점”이라며 “한국 매체는 ‘파오차이 종주국의 굴욕’이라고 표현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ISO 인증

ISO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국제 교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1947년 설립된 민간기구다. 공식 관급 기구는 아니지만 165개 회원국이 가입돼 있고, 중국은 ISO의 상임이사국이다.

한국 정부는 파오차이는 김치와 다른 음식이며 김치는 이미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국제규격으로 설정돼 있다고 밝혔다. CODEX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공동 설립된 국제기구로 식품 교역을 위해 국제적으로 적용되는 식품 규격을 제정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ISO 규격은 각 국가들이 따를 의무가 없다”며 “코덱스 규격에 따라 김치를 다른 명칭으로 쓸 수도 없기 때문에 파오차이를 김치로 해석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ISO 관련 문건에도 파오차이에 대한 것이지 김치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김치와 파오차이는 엄격히 다른 식품

중국은 현지 김치 산업을 이끄는 쓰촨(四川)성 메이산(眉山)시 시장감독관리국을 앞세워 ISO 표준 제정 작업을 진행했다. '김치 국제 표준 제정' 안건은 지난해 6월 8일 ISO 식품제품기술위원회 과일과 채소 및 파생 제품 분과위원회를 통과해 정식으로 추진됐고, 1년 5개월여 만에 'ISO 24220 김치 규범과 시험방법 국제 표준'으로 인가를 받았다. 이번 ISO 김치 국제 표준 제정에는 중국과 터키, 세르비아, 인도, 이란 등 5개 ISO 회원국이 참여했다. 중국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파오차이의 ISO 인가 획득 사실을 비중 있게 보도하였다.

 

김치와 파오차이

 

하지만, 중국이 국제표준화기구(ISO) 표준 인가를 받았다고 주장한 '쓰촨 김치'는 우리나라 김치와는 완전히 다른 식품이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1년 유엔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코덱스)는 김치를 국제표준으로 인정했다. ISO 문서(ISO/FDIS 24220)는 인가 식품을 'Pao cai'로 명시하면서 해당 식품규격이 '김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파오차이는 만드는 방식과 모양도 김치와 완전히 다르다.

 

김치는 이미 2001년 9월 11∼1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20차 국제 코덱스 가공건채류 분과회의에서 김치가 코덱스 인증을 취득했다. 코덱스 인증은 공산품에 적용되는 국제표준기구(ISO) 인증처럼 농수산 가공식품 분야에서 국제 유통의 기준이 된다.



김치의 공식 영문명은 'Kimchi'로 정해졌다. 당시 일본은 우리나라와 김치의 코덱스 인증 획득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코덱스가 한국의 김치를 국제표준으로 인정함에 따라 종주국 논란도 종식됐다. 중국이 파오차이의 국제표준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이로부터 한참 뒤인 지난해부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파오차이에 관한 국제표준제정과 우리나라 김치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정부는 김치의 계승·발전과 관련한 산업의 진흥을 뒷받침하기 위해 안정적인 원료 조달, 품질·경쟁력 제고, 수출 확대 등 종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치 종주국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

파오차이는 무·당근 등에 생강, 피망, 마늘을 첨가하여 소금물이나 식초, 설탕, 바이주(白酒)를 섞어 만든 물에 담가 만든 것이다. 배추를 주원료로 절임을 한 후 양념과 함께 저온에서 발효시키는 우리나라 김치와는 제조법이나 형태, 맛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중국이 김치를 파오차이의 짝퉁이라고 주장하는 이면에는 김치가 중국에서 파오차이로 불리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김치가 애당초 적절한 중문 이름을 가지지 못한 채 ‘한국 파오차이’로 중국에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한국의 김치 독은 쓰촨성의 김치 독을 모방한 것이다. 한국 김치 역시 약 1500년 전 중국의 파오차이가 한국으로 건너가 김치가 된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틀린말이다. 파오차이가 중국의 전통 음식이듯, 김치 역시 한국 고유의 음식이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무엇보다도 김치의 중국어 이름부터 새롭게 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참에 김치의 중문 명칭을 중국식 파오차이가 아닌 ‘금과 옥, 귀하다’라는 뜻의 ‘진치(金琪)’나, ‘금과 복, 즐거움’이라는 뜻의 ‘진치(金祺)’로 바꿀 필요가 있다. 김치가 중국에서 파오차이의 아류나 짝퉁이 아닌 한국 고유의 음식으로 제대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어 이름부터 새로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과정에 비록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다 하더라도 말이다.

[ⓒ 뉴스퍼블릭.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THE PUBLIC NEWS

주요 기사

정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