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가 암, 궤양, 과민성장증후군의 원인이라고?

김은영 기자 / 2020-10-23 09:48:03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오죽하면 '고추로 만든 고추장에 고추를 찍어먹는 유일한 민족'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있을 정도다.

 

 

 

 

실제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매운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맵게 먹는 것은 위, 장에 부담을 많이 준다. 특히 과민성장증후군 위험을 높인다. 과민성장증후군은 잦은 복부 통증과 함께 설사(하루에 묽은 변 3회 이상)나 변비(1주일에 배변 1회)가 나타난다.



매운음식은 위암이나 대장암을 일으킨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암에 많이 걸리는 이유가 '매운 음식'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매운 음식을 많이 먹으면 위암이나 대장암에 걸리기 쉽다는 것은 정말일까?



지금까지 연구 등을 종합하면 '그럴 수 있다'로 정리된다. 사실 매운 음식과 암간의 상관관계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다만 최근에 발표된 국내 연구를 보면, 매운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암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매운맛 내는 캡사이신, NK세포 기능 떨어뜨려

서울아산병원 김헌식 교수팀은 캡사이신 자체가 발암물질은 아니지만 과다 섭취하면 NK세포의 세포질 과립방출 기능장애를 일으켜 암 발생을 촉진한다고 밝혔다. NK세포는 암세포를 죽이는 대표적인 면역 세포다. 연구팀은 "캡사이신 자체가 암을 일으키진 않지만 지나치게 많은 양을 먹으면 암세포를 공격하는 항암면역세포 기능을 떨어뜨려 암 발생을 간접적으로 돕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의 자극에 의해 암이 발생하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은 상태이다. 실제로 캡사이신이 암을 예방한다는 연구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암연구소에서는 매운 고추의 섭취는 위암의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3등급 위험요인(확실한 발암 위험요인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한 위험요인)으로 분류했다.

 

 

 

 

'매운' 음식이 아닌 '맵고 짠' 음식이 위암 주범

전문가들은 매운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서 짠 음식을 먹는 식습관이 위 건강에 가장 악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위암이 발생하기 쉽다고 말한다. 짠 음식은 위나 장점막을 지속적으로 손상시키고, 궤양을 생성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위 점막에 달라붙기가 쉬워진다. 또 염분은 위점막에 만성 위축성 위염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진다.



짠 음식을 많이 섭취한 사람은 적게 섭취한 사람보다 위암 발병률이 4.5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국가암정보센터) 우리나라 사람들의 염분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의 하루 권장량인 5g의 2배인 10g에 달한다.

 

매운 음식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원인?

순천향대부천병원 소화기내과 유창범 교수는 "과민성장증후군의 주요 원인은 스트레스지만 자극적인 음식도 장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매운 맛의 경우 주 성분인 캡사이신이 장내 환경을 변화시켜 장을 예민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대한노인병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주일에 매운 음식을 3회 이상 먹을 경우 과민성장증후군 위험이 3.2배 높았다. 또 유럽위장관학회지에 발표된 '대장 내 고추 효과' 연구에 따르면 고추를 넣은 매운 식사를 할 때 일반 식사와는 달리 묽은 변을 더 많이 봤다. 매운 맛 주성분인 캡사이신이 포함된 음식은 42%의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에서 증상을 더 악화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대한소화기학회지 '과민성장증후군 진료지침'에서는 과민성장증후군 유발 가능성 음식을 제한하면 12.5~67%까지 증상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과민성장증후군 진료 인원은 158만명으로, 인구 10만명당 3099명이 진료를 받았다. 소화기 관련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28.7%가 과민성장증후군으로 진단 받았다.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병률도 증가하는데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51.1%가 50세 이상이다.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교수는 "과민성장증후군은 두통처럼 한번 발생하면 평생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기 때문에 평소 발병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민성장증후군, 어떻게 해야하나?

과민성장증후군은 아직까지 단독 치료법이 없다. 복통이나 복부 팽만 등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법만 있을 뿐이다. 과민성장증후군은 재발이 잦은 만큼 주요 유발 원인을 없애야 한다. 매운 음식뿐 아니라 장이 잘 흡수하지 못하는 당(糖) 성분이 많은 '포드맵(FODMAP, 발효당·올리고당·이당류·단당류·당알콜)' 음식 섭취도 자제해야 한다. 포드맵 음식에는 사과, 배, 마늘, 밀, 보리 등이 있다. 우유나 요구르트 등 유제품에도 포드맵이 많아 주의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조용석 교수는 "과민성장증후군의 경우 일반적으로 장운동조절약제를 처방하지만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자극적 음식을 피해야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심리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장운동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어진 것이 원인이어서 음식만으로 치료할 수는 없지만, 해가 되는 음식과 도움 되는 음식을 알고 식사 조절을 할 수 있다면,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해가 되는 음식>



고지방음식 :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 4명 중 3명은 고지방 음식을 먹으면 바로 복통이나 설사를 일으키는데, 이는 지방 성분이 잘 소화 분해되지 않아서 가스가 많이 만들어지고, 장 내 염증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삼겹살, 피자, 인스턴트 식품, 프라이드치킨 등의 튀김음식이나, 전, 부침개와 같이 기름 많은 음식은 먹지 않도록 한다.



글루텐 음식 : 글루텐(Gluten)은 불용성 단백질로, 밀, 호밀, 보리 등에 함유되어 있는데, 식품의 점성을 높여서 쫄깃한 식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소화효소로 잘 분해되질 않고 장에 남아서 가스를 만들어내고 각종 만성염증을 일으켜서 장 질환이나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글루텐의 일종인 글리아딘은 소장의 점막을 손상시켜 흡수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 글루텐 분해효소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는 설사, 복부팽만, 복부가스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글루텐 성분의 음식은 밀, 호밀, 보리, 귀리 등이어서 밀가루가 들어간 과자나 빵, 만두, 그리고 보리로 만든 맥주 등도 글루텐 음식이다.



고포드맵(High FODMAP) 음식 : 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분해되지 않아 설사와 가스가 쉽게 생기게 해서, 복통, 복부팽만감을 유발하는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 폴리올 등의 특정 당 성분이 많은 음식을 말한다. 생마늘, 무, 파, 고추, 된장, 고추장, 쌈장, 버섯, 양배추, 생양파, 콩류, 사과, 배, 수박, 복숭아, 사이다, 콜라, 우유, 치즈, 아이스크림, 살구, 체리, 자두, 아보카도, 자일리톨 등이다.



짜고 매운 음식 : 장 점막을 자극하는 짜고 매운 음식들은 장의 염증을 악화시키며 장을 자극해서 장의 운동을 빠르게 해서 급박복통, 설사 등의 증상을 심해지게 하는 요인이 된다.



차가운 음식 : 차가운 과일이나, 얼음, 차갑게 먹는 음식들은 장을 자극해서 복통을 일으키고 설사도 유발하므로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이 있다면, 시원하고 차갑게 해서 먹는 음식들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도움 되는 음식>



장의 흡수력을 높여주고, 장 내 가스나 염증을 유발하지 않는 음식들은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저포드맵(Low FODMAP) 음식 : 소화효소로 잘 분해되지 않아서 대부분 대장에 남는 포드맵성분이 적은 음식들을 먹는 것이 좋다. 바나나, 오렌지, 딸기, 포도, 블루베리, 키위, 라즈베리, 레몬, 귤, 토마토, 죽순, 당근, 고구마, 감자, 완두콩, 호박, 청경채, 샐러리, 생강, 상추, 피망, 근대, 시금치, 쌀, 오트밀, 기장, 퀴노아, 유당 제거한 우유, 올리브 오일, 메이플시럽, 허브 등이다.



글루텐 프리 음식 : 글루텐 성분이 없는 음식으로, 글루텐 음식들을 대신해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글루텐이 들어가 있는 밀가루 음식대신, 쌀국수, 메밀, 당면 등으로 대체하면 좋다. 빵도 글루텐 프리로 만드는 빵이면 괜찮다.



유산균 : 정장(整腸) 작용을 하기 때문에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이나 헛배 부르면서 방귀가 잦은 사람이 먹으면 효과가 있다. 장 내 좋은 균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며, 요쿠르트나 유산균 제제는 매일 꾸준히 먹는 것이 좋다.



청국장 : 장내 부패균의 활동을 약화시키고 병원균에 대한 항균작용을 한다. 특히 생청국장은 살아있는 효소와 고초균 때문에 강력한 정장(整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 변비나 설사를 없애는 효과가 크다.



따뜻한 음식 : 장은 따뜻한 것을 좋아한다. 장이 따뜻하면 혈액순환도 좋아지고 소화도 잘 되기 때문이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복통을 완화시키려면, 평소 먹는 음식을 따뜻한 음식 위주로 먹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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